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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의 포스터.

스탑 메이킹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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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BREAK DOWN SENSE’

2025년 6월 29일 일요일


대다수의 공연 실황 영화는 확실한 강점과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강점은 역시 팬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를 자극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 외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연 실황 영화’라는 단어들의 조합에서 ‘공연’과 ‘영화’는 빼놓고 ‘실황’만을 고집한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오늘날에도 반복하고 있는 공연 실황 영화들의 안일함을 애진작에 타파했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연-실황-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연 실황 영화라고 불리는 것들은 그저 ‘비하인드 더 씬’에 불과하다. 혹은 ‘앳 더 씬’ 이랄까? 아티스트들이 관객들을 위해서 짜놓은 무대를 기계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다보니 이를 소비하게 되는 것은 보통 그 무대에 오른 가수나 배우의 팬들 뿐이며,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영화 관객들’은 극장을 찾지 않는다. 스크린 속 아티스트도, 그걸 찍는 사람들도,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조나단 드미 감독과 데이비드 번이라는 걸출한 예술가가 힘을 합쳐 공연 실황을 ‘영화’답게 만들어냈다. 촬영은 수 일에 걸쳐서 이루어졌고, 데이비드 번은 자신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가닿기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동선을 짜 카메라 앞에서 선보였다. 조나단 드미 감독도 데이비드 번의 퍼포먼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최적의 카메라 위치와 동선을 연구했다.

두 사람에게는 ‘공연을 하겠다.’와 ‘그걸 찍겠다’ 같은 단순한 행동 심리 이상의 것이 존재했다. 그들 각자가 행하는 예술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매력적이게 느껴지도록 하는데 있어, 예술인으로서의 ‘분명한 의도’를 관철시킨 것이다. 팬서비스 하는 영상 없이, 아티스트의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인터뷰 장면이나 일상 장면 없이, 오직 공연 장면만 이어지는데도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필자는 예술의 모호성과 그로부터 오는 가능성, 해석의 여지를 배척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개인 개성의 발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예술인이 자신의 강점과 취향을 알고, 그것을 전달하는 본인만의 방식을 취사 선택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했을 때야 비로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남들이 하는 것도 개성있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 드미와 데이비드 번이 <스탑 메이킹 센스>를 통해 보여준 개성의 발현은 분명 본받을만 하다. ‘셀러브리티’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혹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그들 자신답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