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포맷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그 초석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북극의 나누크>만 해도,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들에게 실제 생활상과 다른 모습을 연출해 연기해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객관적 해석’이 아니라, 감독의 시선을 통한 ‘현실의 주관적 재구성’에 가깝다.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이 덕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분명한 개성을 가진 걸출한 작품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4 시티>는 우직하게 정석을 밀고 나가며 다른 궁여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좋은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24 시티>가 다루고 있는 ‘사라질 것들’은 인간이 자연스럽게 연민을 가지는 대상이다. 그리고 그 대상에 개인의 진실되고 감정적인 경험과 사연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치열한 시대상이 씬과 시퀀스 사이에 강력한 장력을 마련해준다. (물론 공통의 공간을 중심으로 하더라도, 서로 다른 경험과 증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공백을 한 곳에 묶기 위해 텍스트를 활용하기는 한다.)
이야기하기의 ‘방식’이 ‘이야기’ 그 자체보다 앞설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24 시티>는, 한 번의 합으로 씬들의 틈을 기워내는 지아장커라는 무림 고수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탐구할 가치가 있다.
